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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한 일상에 휩쓸리지 않도록”… 도심 속 선불장의 화두참선이 뜨겁다

  • 수행
  • 입력 2024.03.19 13:37
  • 수정 2024.04.04 09:27
  • 호수 1722
  • 댓글 1

종로 대각사, 매주 수요일 오후 '도심 속 참선' 무료강의 진행
이론교육•실참 번갈아 반복..."참나 깨치는 귀한 시간 누리길"

독립운동가이며 선사였던 용성 스님이 대중들에게 참선을 처음 지도했던 곳이 대각사이다.
독립운동가이며 선사였던 용성 스님이 대중들에게 참선을 처음 지도했던 곳이 대각사이다.

젊은이들 사이에 '힙한' 분위기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종로 익선동 한옥마을. 고즈넉한 기와지붕 너머로 우뚝 솟은 사찰이 눈에 들어온다. 도시의 바쁜 숨결 속 고요가 깃든 이곳에선 재가 수행자들이 화두에 집중하고 있었다.

3·1 독립운동의 성지 종로 대각사(주지 종원 스님)에는 매주 수요일 참선을 배우려는 대중들이 문을 두드린다. 허정선 동국대 철학박사가 진행하는 ‘도심 속의 화두참선’ 봄학기를 찾는 수행자들이다. 대각사를 창건하고 참선을 널리 알리는 데 진력한 용성 스님(1864~1940)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지난해 9월 신도 등 6명과 함께 처음 개강한 수업은 입소문을 타고 한 학기 만에 20여 명이 듣는 강좌로 성장했다. 사찰 신도뿐 아니라 인근 주민과 신행단체 불자들이 찾아온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충주 석종사 조실 혜국 스님으로부터 직접 화두를 받아 큰 호응을 얻었다.

화두참선의 이론과 실수를 지도하고 있는 허정선 박사.
화두참선의 이론과 실수를 지도하고 있는 허정선 박사.
화두참선에 매진하고 있는 불자들.
화두참선에 매진하고 있는 불자들.

3월 13일 오후 2시에 진행된 3주차 강의에도 17명이 동참했다. 수업은 허정선 박사의 ‘발심은 왜 중요한가’ 주제 이론교육 10분, 실참 15분을 번갈아 반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허 박사는 정진에 앞서 “참선은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지만 발심이 없으면 취미생활에 그치기 쉽다”며 “마음만 간절해도 우주법계가 알아서 도와준다는 말처럼 깨달음을 향한 간절함을 품고 정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박사의 당부처럼, 잠시 자신의 각오를 되새긴 수행자들은 벽을 향해 좌복을 펴고 허리를 곧추세웠다. 주어진 화두는 각자 다르지만, 하나같이 용맹정진을 다짐했는지 분위기가 한층 엄숙하다. 세상과 분리된 듯한 공간 속에 낡은 벽시계만 소리 낮춰 “째깍째깍” 고요를 흔들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탁~탁~탁~” 죽비 3타가 허공을 갈랐다.

박병태(법우·67) 불자는 무(無)자 화두를 잡았다. “아내의 소개로 오늘 처음 참여했다”는 박 불자는 “막 정진에 들었을 때, 오전에 다녀온 염불봉사에서 ‘배에 더 힘주고 목소리를 높일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나 이미 과거이자 되돌릴 수 없는 일이고, 현재 역시 시시각각 흘러가며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본래 공함을 바로 알고자 ‘비어 있음’을 계속 되뇌었다”고 밝혔다.

이덕자(보리지·70) 불자는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을 화두로 잡았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 무엇이었는지, 부모가 태어나기 전에 나는 무엇이었을지를 붙들고 있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며 “화두에 집중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더 열심히 정진해 얽매이지 않고 휩쓸리지 않는 삶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수행자들은 오후 5시까지 정진을 지속한 뒤 자유롭게 회향했다. 화두참선 강좌를 기획한 허정선 박사는 “대각사 ‘도심 속 화두참선’ 강좌는 집을 떠나 기존의 시민선원에서 참선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며 “사람들이 멀리 떠나지 않고 가까이서 전통 한국불교 수행법인 화두 참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소개했다. 이어 “숨가쁘게 이어지는 일상에서 벗어난 ‘힐링’을 찾는다면 ‘화두 참선’만한 수행이 없다”며 “‘힐링’뿐 아니라 참되고 한결같은 ‘진여’를 깨칠 수 있는 씨앗을 심는 소중하고 귀한 시간을 누리길 바란다”고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

‘도심 속의 화두참선’ 봄학기는 5월 8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종로 대각사 1층에서 진행된다. 이후에도 여름방학 전까지 실참 위주의 추가 수업이 이뤄지며, 매 수업마다 새로운 주제 강의가 이뤄지기에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문의와 신청은 홈페이지(daegaksa.kr)를 통해 가능하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722호 / 2024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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