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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의 존폐, 조계종 존폐와 직결돼 있다”

기자명 법보
  • 기고
  • 입력 2024.03.15 21:08
  • 수정 2024.03.15 21:20
  • 호수 1721
  • 댓글 15

[기고] 대승불전연구소장 정운 스님 
부파분열로 다양한 불교학 발전…선종 형성 이어져
조사선 이론으로 간화선 실천 수행함이 조계종 근간
선 없는 응용명상은 사상누각…종학의 쇠퇴 초래할 것

법보신문 기획보도 ‘동국대 선학 와해되나’가 보도된 후 대승불전연구소장 정운 스님이 본지에 기고문을 보내왔다. 스님은 “조계종의 수행 근간이 조사선과 간화선에 있음이 종헌에 명시돼 있음”을 지적하며 선의 학문적 기반이 무너진다면 종학의 쇠퇴를 초래하고 나아가 조계종의 정체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기고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석가모니부처님 열반 100년 무렵, 2차 결집이 있었다. 이 결집을 기점으로 부파분열이 시작되었다. 개중에는 ‘승가의 분열’로 보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불교학의 다양한 패러다임이 형성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각 파마다 암기하고 있던 아함부 경전과 더불어 스리랑카에서 BC94년에 아함부 경전이 최초로 결집되었다. 한편 부파불교 교단에 반발하는 사람들, 즉 보살들에 의해 BC1세기 무렵에 대승불교가 시작되었다.

이 대승불교가 AD67년에 중국으로 유입된다. 이후 중국불교는 경전을 한역하면서 종파불교가 시작되었다. 남북조 시대 때, 삼론종을 시작해 수나라 때 천태종에 이어 화엄종·율종·법상종·정토종·밀교·선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파와 불교학이 발전하였다. 불교사에서 서로 간의 견제에 의한 분열은 불교학의 다양함으로 발전되었으니, 오히려 고무적인 일이다. 8종 가운데 가장 늦게 형성된 종파가 선종이다. 달마가 520년 중국에 도래한 이래 ‘선종’이 형성되고, 선종 내부에서도 여러 각파가 형성되었다.

[법보신문 DB]
[법보신문 DB]

우리나라는 나말여초, 홍주종의 서당 지장(西堂智藏, 735∼814)에게서 법을 받은 도의국사(?∼825)에 의해 선종[조계종]이 시작되었다. 현 조계종 종헌(제2장 6조)종법에 의하면,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본종(本宗)은 신라 헌덕왕 5년[813년]에 조계 혜능의 증법손 서당지장에게서 심인(心印)을 받은 도의(道義) 국사를 종조(宗祖)로 한다.”

이어서 조계종 종헌 서문에 “우리 종조 도의국사께서 조계의 정통법인을 사승하사 가지 영역에서 종당을 게양함으로부터…”라고 명시되어 있다. ‘가지 영역’이란 가지산문을 말한다. 가지산문을 포함한 9산선문 이외에도 수많은 선종이 개산(開山)되었다[조계종의 역사]. 이 나말여초에 발전했던 선은 조사선(祖師禪)이다. 고려 초, 대각국사 의천이 천태종을 개창하면서 선종이 주춤했지만 원응국사 학일(學一, 1052∼1144)에 의해 선은 고려 중·후기로 흘렀다.

이어 고려 말기 들어 걸출한 선사 세 분이 등장한다. 태고보우(太古普愚, 1301∼1382)·나옹혜근(懶翁惠勤, 1320∼1376)·백운경한(白雲景閑, 1298∼1374)이다. 조계종 종헌종법에 의하면,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본종(本宗)은 고려의 태고 보우국사를 중흥조로 하여 청허와 부휴 양 법맥을 계승한다.”

태고와 경한은 석옥청공(石屋淸珙, 1272∼1352, 임제종 18대손)에게서 법을 받았고, 나옹 혜근은 지공(指空)과 평산처림(平山處林, 1279∼1361)에게서 법을 받아왔다. 세 선사에 의해 우리나라에 유입된 선은 간화선(看話禪)이다.

통한(痛恨)의 조선불교에서도 선은 면면히 흘렀고, 선사들이 배출되었다. 청허계[서산 휴정]에서 경허선사로…. 그리고 근자까지 조계종에 법맥이 전승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조계종[禪宗]의 수행 근간은 조사선과 간화선이다. 즉 ‘조계종은 조사선을 이론으로 하며, 실천 수행방법이 간화선’이다. 얼마 전 동안거 해제 법문에도 종정스님을 비롯해 방장스님들이 선리(禪理)를 말씀하셨다.

필자에게 ‘종학(宗學)’을 묻는다면, 조사선+간화선 등 수행[실참]과 더불어 선학이라고 답한다. 수행과 선학은 서로를 보완하며 발전해 왔고, 미래에도 발전해야 할 불이(不二) 관계이다. 한편 대승불교 경전과 사상도 포함된다. 이 점은 조계종법에 명시되어 있는 바다.

어떤 이들은 ‘한문 투의 선사상이나 어록이 현학적이고, 어렵다’고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선학을 공부하느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다. 당연히 수긍이 간다. 필자부터 옛날 서당에서 ‘공자왈 맹자왈~’ 동양식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초중고 교육이 서양식 공부였다. 한문 투의 경전이나 어록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익숙하게 접근하지 않은 교육 방식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 조계종 승려들조차 선학을 따르지 않는다면, 앞으로 조계종[선종]은 어찌되겠는가? 

다음, ‘조계종 종학 연구가 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개연성이 있는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첫째, 조계종 종립대학에서도 선학 과목이 시나브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응용명상이 꿰차고 들어앉아 있다. 필자는 선학과 출신으로, 안타까운 심정을 넘어 무관심으로 대응했다. 알려고 하는 그 자체가 주제넘은 것이라는 차가운 현실과 마주해서다. 둘째, 종학[선학]이 근자까지 연구되고 있는가? 종학을 연구하는 기관 하나 없고, 연구원조차 없다. 그래도 근자에 전통선 연구나 논문은 개인적으로 행해지고 있으며, 90%는 재가학자들에 의해 연구되고 있다.

[법보신문 DB]
[법보신문 DB]

근자는 K-명상이라는 말이 보편화되어 있다. 이 또한 ‘K-불교명상’이라 변경해 호칭되어야 한다. 서양에서 들어온 명상과 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것을 K-불교명상이라 할 수 없다. 한국불교와 한국의 정서가 깃든 선을 바탕으로 해야 K-불교명상이라고 해야 한다.

1982년부터 동국대학 승가학과→선학과로 명칭을 변경하며, 재가자들도 입학을 허용했다. 물론 이 과는 불교대학 통폐합 전에 승려들 기본교육기관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이런 이면에는 ‘승려들이 조계종의 근간인 선을 익히고, 연구해 조계종을 짊어져야 한다는 사명을 염두에 두었다’고 본다.

대승불전연구소장 정운 스님.
대승불전연구소장 정운 스님.

선학과 퇴임한 어떤 교수는 ‘현대의 시대적 요청이 응용명상’이라며 변화가 필요했다고 한다. 그런데 필자가 느끼는 응용명상 발전은 벼랑에 매달린 듯 위태해 보인다. 즉 건물을 짓는데, 1~2층이 없이 3층을 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불교와 선에 대한 기본 공부도 되어 있지 않은데, 응용명상이 가능한 일인가? 금방 와해될 것이 뻔한 일이다. 부처님 말씀대로 모든 것이 무상(無常)하다. 하지만 선학의 붕괴는 무상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현실이 가혹하다. 불교사에 다양한 학문은 불교학의 질적인 면을 초래했지만, 즉금의 선학[종학] 퇴보는 조계종의 존폐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선을 기반으로 개산(開山)한 조계종! (선의)학문적 기반이 무너짐은 종학의 쇠퇴를 초래함이요, 종학의 쇠퇴는 조계종의 정체성이 사라질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재정립해야 해야 하건만 너무 멀리 간 것 같다. 솔직한 심정으로 선학의 미래 제시가 떠오르지 않는다.

 [1721호 / 2024년 3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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